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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 얼간이> 현실과 비현실의 촘촘한 경계

<현실 1>

 

내 주변에는 힘들고 괴로운 친구들이 많다. 어떤 친구는 원치 않는 직장을 억지로 다니느라 괴롭고, 어떤 친구는 고시를 준비하느라 힘들다. 다른 친구는 원서를 쓰는 족족 떨어져서 힘들고, 또 다른 친구는 토익점수가 낮아서, 학점이 낮아서 괴롭다.

보다 못해 몇몇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해 보았다.

 

"때려 쳐. 그냥 너 하고 싶은 거 해."

 

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누군 이거 하고 싶어서 하냐? 먹고는 살아야 할 거 아니야. 그리고 일단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살 수 있는 거지. 돈 없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수 있다고?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아. 너라면 나이 먹고 돈 없이 살 수 있겠냐?"

 

이런 말을 들으면 딱히 받아칠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결혼해서 벌써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거나, 가족을 위해서 자신이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친구들에게는 애초에 하고 싶은 거 하란 말도 꺼내지 못할 것이다. 그래, 어쩌면 이게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비현실>

 

'세 얼간이'라는 인도 영화를 소개할까 한다.

 

 

이 영화에는 우리의 현실도 들어있다. 영화 속 인도 최고의 명문 공대 학생들은 우리가 그러하듯, 좋은 직장에 들어가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경쟁하고, 또 경쟁한다. 그 도중에 낙오자도 생긴다. 경쟁에 뒤처진 낙오자들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성적비관으로 자살하듯,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그런 학교에 '란초'라는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는 경쟁을 거부한다. "열정과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은 뒤따라올 것이다."라며 시험 점수에 목맬 필요도 없고, 교수들이 가르치는 대로 배울 필요도 없다고 한다. '파르한'과 '라주'라는 얼간이들과 함께 온갖 말썽만 피우고 다닌다. 하지만 파르한과 라주의 성적이 항상 꼴등인데 반해 그의 성적은 항상 전교 1등이다. 란초는 그 비결이 (자신은 억지로, 혹은 무언가를 위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공학을 사랑하기 때문에 즐기면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한다. 란초는 파르한에게 면접을 보지 말고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사진작가가 되라고 하고, 라주에게는 성공에 대한 집착과 두려움을 버리면 취직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란초가 말한 대로 파르한과 라주는 기적적으로 사진작가와 취직이라는 꿈을 이룬다.

 

 

 

이건 영화니까, 그냥 비현실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 2>

 

'세 얼간이'를 처음 본 건 2011년 4월이다. 당시에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었다.

지난 주말에 '세 얼간이'를 다시 봤다. 우연이었을까. 그날 본 신문에는 수능을 하루 앞두고 한 삼수생이 성적 중압감에 시달리다 투신자살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영화는 비현실이었지만 신문은 현실이었다.

 

 

<현실 1>을 종합해 보면 "인생은 힘들거나 괴로울 수밖에 없다. 현실이 그렇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현실 2>는 일반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실 1>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이런 모습이 우리가 사는,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현실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저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면 그 현실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대통령만 잘 뽑으면 현실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문제에 대한 해답은 자기 자신이 찾아야 한다.

 

나는 현실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비현실>에서 찾았다. 옳고 그름은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사람들은 무언가를 정확히 알고 있거나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믿는 거다. 나 역시 다만 위의 현실이 비현실이기를, 비현실이 현실이기를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그리고 비현실은 현실과 동떨어진 게 아니라 아직 일어나지 않은 현실일 뿐임을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알 이즈 웰!"

 

'세 얼간이'를 보고 난 두가지 목표를 세웠다.

 

1. 조급해지지 말고 내 열정과 재능을 따라가자.

2. 영화 속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인도(판공초)에 꼭 한번 가보자.

 

 

 

(예고)

다음 시간에는 2번 목표를 달성한 사연, '세 얼간이'를 보고 판공초를 찾아 떠난 인도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

 

 

 

영화 속 그 장소다. 위에 있는 사진이 영화, 아래에 있는 사진이 내가 찍은 사진.

사진을 찍은 시간이 아침이라서 그렇지(해가 제대로 뜨지 않아서) 같은 장소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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