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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내 인생의 다음 퍼즐은 어디에?

세상에 우연이 있다고 믿는가? 나는 완전한 우연은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 우연이 일어난 계기가 있는데, 사람들이 그걸 찾지 못하거나 찾으려 하지 않고 넘어가기 때문에 우연이 존재한다고 믿는 거다.

 

2007년에 아빠가 돌아가셨다. 아빠는 남양주에 있는 '모란공원'에 잠드셨다.

2008년에 나는 군 입대를 했다. 내가 배치된 부대는 남양주에 있는 73사단이었다. 최신 내무반 시설을 갖춘 부대였지만 '꿀 빨았다'고 할 정도로 남들보다 많이 편한 군생활을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소규모 부대라 상대적으로 많은 포상휴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과 부대가 서울과 가까워 지하철을 타고 금방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점은 큰 행운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 부대에 온 건 순전히 우연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09년에는 내 동생이 군 입대를 했다. 동생은 어느 부대로 갔을까? 놀랍게도 동생은 나와 같은 부대에 배정됬다. 이게 우연일까? 동반입대한 것도 아닌데, 남들은 '빽' 있어야 올 수 있다는 부대에 형제가 동시에 근무하며 같이 PX도 가본 경험을 해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또한 아들 둘을 모두 군대에 보내고 혼자 외로워하실 엄마가 주말이 되면 아침 일찍 산소에 가서 아빠와 인사를 나누고, 근처에 있는 부대에서 두 아들을 동시에 면회할 수 있었던 걸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특정 신이나 불가사의한 힘을 믿는 건 아니지만, 이걸 우연이라 하기에는 뭔가 걸리는 점이 많다. (아빠가 많이 신경써주신 거 알고 있습니다. ^^)

 

이 사건은 아주 특별한 사례이기는 하지만, 내가 모든 결과에는 분명 어떠한 이유나 계기가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이다.

 

 

한편, 요즘 내 삶에서 긍정적인 기운이 감지된다. '나만의 느낌'일 수도 있지만, 내 느낌은 꽤 정확한 편이다. 분명 내 삶은 아직 무엇 하나도 이루지 못한 비루한 삶이다. 하지만 요즘은 삶의 일련의 과정들이 합당한 이유와 계기를 통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이를테면 내가 퍼즐을 맞추고 있는데, 항상 그 자리에 맞지 않는 퍼즐만 골라 애를 먹다가 맞는 퍼즐을 하나 찾아내자 주위의 퍼즐들이 손쉽게 맞춰지고 있는 느낌이다.

 

맞는 퍼즐을 하나씩 찾아내는 과정도 일종의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찾은 퍼즐이 우연히 그 자리에 맞은 게 아니라) 원래 그 퍼즐이 있어야할 자리였기 때문에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 과정도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2012년에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했고, 졸업과 거의 동시에 처음으로 방송사 필기시험에 통과해 면접을 봤다. 결과는 불합격이었고, 첫 면접 탈락은 상당히 아팠다. 나는 일본여행을 떠났고, 여행을 통해 어느 정도의 '힐링'을 경험했다. 그리고 6월 경에 또다시 면접의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면접에 합격하기에는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한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방황을 했다. 첫 탈락의 아픔을 여행으로 치유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두 달간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인도에서 내 미래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돌아다니며 사진도 엄청 찍었다. 한국에 돌아오자 인도에서 했던 많은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약 2500장 정도 되는 사진들도 컴퓨터에 저장만 해놓고 썩혀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인도여행 후기도 쓸 겸, 내 생각을 기록하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생각들이 정리되며 내 자신이 이전보다 더욱 탄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인도여행 관련 포스트를 통해 블로그 방문자수도 점점 늘어났다. 그런 와중에 엄마가 이번 겨울에 함께 유럽여행을 가자고 제안하셨다. 분명 이런 기회는 다시 오기 힘든 기회였지만, 나는 거절했다. 지금은 여행보다는 내 미래를 위해 뭐라도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현재 동생이 있는 유럽에 가서 동생과 여행을 즐기고 있다. 집에 혼자 있는 나는 심심하기도 하고, 블로그에 '포스팅할 거리'를 찾기 위해 이런저런 영화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투 올드 힙합 키드'라는 하나도 안 유명한 영화를 보다가 어떤 영감이 떠올랐다. 만약 엄마와 함께 유럽여행을 떠났다면 시작하지 못했을만한 결심을 했고, 현재 실천에 옮기는 중이다.

 

이 과정의 중간중간에는 우연스러워 보이는 요소가 많지만, 분명 어떤 이유나 계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나 계기를 통해 많은 게 바뀌었다. 졸업을 연기했거나, 면접에 합격했다거나, 인도에서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거나, 블로그를 시작하지 않았다거나, 엄마와 함께 유럽여행을 떠났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결과들이다. 이 결과들은 우연히 일어났다기 보다는 마치 정해진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져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쩌면 인생은 '우연' 혹은 '개척'의 결과로 진행되는 과정이 아니라, 정해진 퍼즐을 찾아나가는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내 인생의 다음 퍼즐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