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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사병과 상무를 없애야 한다.

새해 벽두에 월드스타 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단순히 그가 김태희의 남자기 때문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비의 죄목은 두 가지다. '탈모', 그리고 '잦은 휴가'.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탈모. 솔직히 말해서 군대 다녀온 사람 중에 휴가 나와서 탈모 한 번 안해보고 주머니에 손 한 번 안 넣어본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건 그냥 비가 김태희랑 사귀기 때문에 트집잡는거다.

잦은 휴가, 나도 솔직히 외박이나 휴가로 한 달에 한 번은 꼭 나왔다. 문제는 그 정도인데, 실제로 내가 있던 부대는 소규모 부대라 상대적으로 포상휴가가 많이 나와서, 비 만큼 자주 나가는 사람도 몇 있었다. 게다가 여친이 김태희인데, 나였어도 목숨걸고 휴가를 만들어서라도 나갔을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비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연예사병'이라는 이름으로 편하게 군생활을 하는 많은 연예인들, 그러면서도 그들이 힘들게 근무하는 일반 병사들보다 훨씬 많은 외박과 휴가를 나갈 수 있는 '불평등한' 군대 내부의 시스템에 있다.

 

사실 연예사병과 비슷한 성격의 부대는 많다. 특히 국군체육부대인 '상무'도 국방의 의무보다는 운동만 하는 부대라는 점에서 일반 병사보다는 연예사병에 가깝다. 나름 군 내부에서도 병사들의 특기를 살려 군대를 효율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계산인 것 같다. 하지만 명백히 군대는 대한민국 남자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러 가는 곳이다. 국군방송에서 방송을 하고 체육부대에서 운동을 하는 게 과연 국방의 의무인가? 정 필요하다면 국군방송은 일반 군인들 중 끼가 있는 병사들이 만들면 되고, 체육부대도 '프로'가 아닌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일반 병사들을 뽑아서 운영하면 된다. 군대에서 반드시 지상파에 버금가는 방송을 제작하고, 프로 운동선수들과 비슷한 실력의 아마추어 팀을 운영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군대는 국방을 책임지는 곳이지, 다른 목적을 가진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군방송을 제작하는 병사나 체육부대 소속 병사들의 특혜논란도 사그러질 수 있다. 이건 명백히 '특혜'가 아닌 '선발'이니까.

 

연예인과 운동선수의 특혜 논란을 없애면서도 그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을 제공하는 방법은 입대 가능시기의 연장이다. 현행 법 상 정당한 이유로 군대를 연장할 수 있는 나이는 30세다. 이 기간을 38세 정도로 연장하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30세 이전에 입대할 경우는 현역으로 입대, 30세 이후 입대할 경우 현역보다 몇 개월 긴 부사관으로 입대하는 것이다. 군대에서도 항상 부사관이 부족해 병사들에게 단기사관을 권유하는데, 이렇게 되면 부사관 인력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이 법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해도 별 문제가 없다.

 

어차피 일반인들이 20대 초반에 입대를 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선택이다. 그들이 돈을 벌고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는 시기가 20대 중후반 이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돈도 벌기 힘들고 철없는 20대 초반에 군대를 다녀오는 게 이상적이다. 30대에 입대가 가능하더라도 멀쩡한 보통 사람이 30세 이후에 부사관으로 입대하는 선택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반면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은 최대 30대 후반에 입대할 수 있는 방법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들에게는 보통 20대가 최고 전성기다. 금전적인 손실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박찬호가 전성기 때 2년 동안 군대에 가야 했다면, 단순히 연봉 손실액만 3000만 달러가 된다. 물론 그들도 나이 먹고 군대에 가기는 싫겠지만 20대에 가지 않았던 선택을 했기 때문에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게다가 서른 살이 넘은 유명한 사람이 신병으로 오면 선임들이나 그 사람이나 피차 부담이 될 수 있는데, 그나마 부사관이면 조금 더 낫지 않겠는가?

 

'국방의 의무'에 형평성을 부여하면서도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인생도 고려하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또한 이렇게 되면 운동선수의 병역면제 제도를 아예 없앨 수도 있어서 또 하나의 논란도 해결된다. 현재 올림픽 메달이나 아시안 게임 금메달이 병역면제의 조건인데, '월드컵 4강',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에게도 병역면제를 주려고 하면서 말이 많았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둑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프로기사들에게도 병역면제가 주어진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빌보드차트 2위를 한 싸이에게도 병역면제를 주는 게 맞지 않겠는가.

 

아무튼... 남자들이여.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나서 "욕 본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