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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빠 어디가] 타고난 재능은 존재하는가

나가수가 끝나고 '아빠! 어디가?'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시작했다. 몇 년 째 시청률을 죽써오던 '일밤'에서 이번에는 아이들을 출연시켜 뭔가 해보겠다는 시도였다. 지금까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중 크게 재밌었던 게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거 예상 외로 꽤 재밌다. 시청률도 3회 만에 10% 가까이 기록했다. '일요일 저녁 예능 판도'도 바꿔버릴 기세다.

 

 

'아빠 어디가'는 다섯 아빠와 다섯 아이들이 1박 2일의 여행을 떠나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다섯 아빠들은 각각 MC(아나운서), 가수, 배우, 축구선수 라는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방송에 나오는 모습은 평범한 여느 아빠들과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아빠들은 분명 사회에서는 능력있는 전문가들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다섯 아이들은 어떠한가? 그들은 과연 아빠들이 가진 재능을 물려 받았을까?

 

'애들은 다 똑같다'라는 말이 있듯이, 다섯 아이들은 아주 평범한 아이들이다. 까불고, 장난치고, 귀엽고, 순수한 여느 아이들의 모습과 똑같다. 성동일과 이종혁의 아들이 딱히 연기를 잘할 것 같지도 않고, 김성주 아들이 '말빨'과 진행능력이 뛰어나 보이지도 않는다. 윤민수 아들이 노래를 잘한다거나 송종국 딸이 운동을 잘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지난 주말 간만에 만난 친구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타고난 재능'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평소에 '아빠어디가'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실없는 소리나 하는 게 전문이었지만, 서른 즈음이 된 우리는 미래에 대한 진지한 얘기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친구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 일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나 운이 너무 필요하기 때문에 포기할까 한다고 말했다. 나는 재능은 나중에 생길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또다른 친구가 확실히 '타고난 재능'이 필요한 일이라며 그 친구를 거들었다. 분명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친구들이 너무 확실한 어조로 이야기하기에 분명 '토론'은 되지 않을 것 같아 일단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나는 분명 재능은 나중에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재능은 나중에 생기는 게 당연하다. 처음부터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없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가 낳은 최고의 축구선수라 불리는 박지성만 봐도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 성공한 게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명지대 시절까지 정말 평범한 축구선수였던 박지성은 20대 초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축구를 할 수 있는 나이는 10세에서 35세 정도 까지이다. 반면 우리는 대부분 30세에서 60세까지 특정 분야에서 일을 하며 산다. 박지성 같이 위대한 축구선수도 그 재능이 20대에 발견되었다면, 우리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서의 재능이 40대 이후에 발견될 수도 있는 셈이다. 

 

우리는 때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타고난 재능의 결과라고 말한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은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 타고난 재능을 탓하는 사람들은 그저 꾸준히 노력을 해 볼 자신이 없는 사람일 뿐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를 들어보면 대게 이렇다.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던 소년은 ........어쩌구 저쩌구.......

어릴 땐 평범한 학생이었다...... 어쩌구 저쩌구....

몇 살 때 우연한 계기로 무엇을 하면서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어쩌구 저쩌구..."

 

이런 이야기에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우리 모두 어렸을 때는 평범한 아이였다. 메시도 유치원 때부터 축구에 있어 세계 최고의 재능을 가진 소년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그 잠재력을 살리는 능력이 바로 재능이다.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사람에게 본인이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작 스스로는 타고난 재능으로 이룬 게 아니라 노력으로 이루어 냈다고 생각하는데, 그만큼의 노력을 해보지 않는 사람들은 단순히 그걸 타고난 재능의 결과라고 치부한다. 물론 같은 노력을 하는 것 같은데도 남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그들도 어릴때는 분명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아이였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 두각을 나타낸다기보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집중력 있게 노력한 결과라고 보는 편이 맞다.

 

성공의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우리는 애초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부모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혼자서 걷고, 밥도 먹고, 말하고, 글을 깨우치며 어른으로 성장한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어른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신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잠재력을 주었다. 그 잠재력을 깨워 재능으로 만드는 일은 결국 노력에 달려있다. 비록 우리가 사는 세상이 불공평할 지라도, 신은 공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