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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운영

<나는 나비> - 백수에서 나비로

요즘 우리 엄마는 나를 부를 때 이름 대신 "어이, 백수!"라고 하신다. 대학을 졸업하고 9개월이 지났지만, 마땅히 하는 일이 없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백수다>

 

얼마 전에는 인도여행을 다녀왔다. 인도에서 외국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 나에게 꼭 물어보는 말이 있었다.

 

"What. is. your. job.?"

 

나는 그들의 직업 따위 별로 궁금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그게 왜 그렇게 궁금했을까.

처음엔 "No job"이라고 대답했지만, 그렇게 대답하면 꼭 "Why?"라는 질문으로 다시 나를 괴롭혔다.

나중엔 그냥 "Student"라고 뻥을 쳤다.

 

아직도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백수다, 한량이다, 큰소리치고 다니기는 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목소리에 힘이 빠져나가고 있음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며칠 전에는 작은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술 한잔 걸치신 애정 어린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충분히 잘 취직 할 수 있는 애(이 말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가 왜 그러고 있니. 너 자꾸 그러면 작은아빠한테 혼날 수도 있다."

 

나를 위해서도 일을 시작해야 하지만, 나를 걱정해주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일을 시작해야 함을 느낀다.

 

 

 

이 블로그는 나만의 '백수탈출 프로젝트'다. 아무도 나를 취직시켜주려 하지 않기에 그냥 혼자서 멋대로 취직했다. 비록 돈은 한 푼도 벌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놀지 않고 어떤 일을 꾸준히 계속한다면 그것을 직업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사실 나는 2010년 말부터 방송국 PD 공채를 준비해왔다. 그동안 총 열 장의 지원서를 냈고, 그 결과는 일곱 번의 서류전형 불합격, 한 번의 필기전형 불합격, 두 번의 면접전형 불합격이었다.

(방송국 PD 공채는 대부분 '서류- 필기-면접-면접'으로 진행된다.)

방송국 PD 입사 경쟁률이 기본적으로 수백 대 일이고 어떨 때는 천 대 일을 넘는 때도 있음을 생각해보면 아직 포기하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무작정 이 미친 시험만 바라보며 계속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백수 탈출을 위해서, 방송국 입사를 위한 실력을 갈고닦기 위해서 나는 이 블로그를 시작한다. 방송 PD가 하는 일도 결국은 프로그램이라는 콘텐츠를 생산해 대중과 소통하는 일이고, 글(텍스트) 역시 하나의 콘텐츠다. TV 프로그램은 영상물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영상의 기초가 되는 것은 텍스트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우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기획안을 작성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더는 백수가 아니다>>

 

방송을 내보내는 PD의 마음으로, 아침 7시 정각에 글을 업로드 할 예정이다. 이를테면 내 글의 '방송시간'은 아침 7시라는 말이다.

취미가 아니라 일이라 생각하고 하는 일이기에, 주 5일로 근무할 예정이다. 일주일에 다섯 편의 글을 쓰겠다는 말이다.

일해야 하므로 술도 줄이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일 것이다. 친구들아, 앞으로 나와 밤새 술을 마실 생각은 하지 말아달란 말이다.

 

 

블로그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해왔다. 하지만 내 글 실력이 형편없었고, 그런 글을 많은 사람에게 공개하기는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내 글 실력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평생 블로그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어떻게든 시작은 해 봐야 죽이 될지 밥이 될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누구나 처음부터 무언가를 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노력하는 과정을 즐긴다면 언젠가 잘 하게 되지 않을까.

(천재 < 노력하는 자 < 즐기는자, 공자님 말씀)

 

내 글의 장르와 주제는 '프리스타일'이다. 예전에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생각의 소리'라는 제목의 게시판을 만들어 글을 올리던 때가 있었다. 평소에 하던 이런저런 생각에 대해 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쓴 글들이었다. 이 블로그에 올릴 글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의 소리'가 읽는 사람들을 별로 고려하지 않은 내 중심적인 글들이었다면, 이 블로그에 쓸 글들은 읽는 사람들을 고려해 최대한 재밌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나비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하는 현상을 '나비효과'라고 한다. 바람이 있다면 나의 작은 변화가 언젠가 나비효과처럼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나비'는 폭풍우를 의도하고 날갯짓하지는 않는다. 그저 날아야 하기에 날갯짓할 뿐이다. 나도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겠다는 사명감으로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한번 날아보고 싶어서 날갯짓을 시작할 뿐이다.

 

 

 

YB - 나는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