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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올해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대형사고 두 건이 터졌다. 하나는 '싸이의 월드스타 등극'이고, 다른 하나는 '버스커버스커의 등장'이다. 싸이는 우리야 뭐 원래부터 잘 아는 가수니까 그렇다 치고, 버스커버스커는 작년 말에 방송된 '슈퍼스타K4'를 통해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었다. 장범준(버스커버스커)은 내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한데, 범준이는 어떻게 갑자기 세상의 조명을 받게 된 것일까? 

 

 

버스커는 지난 3월, 1집 정규앨범 '버스커버스커'를 발표하면서 한순간에 우리 가요계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타이틀곡 '벚꽃엔딩'이 12일 연속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여수 밤바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등 수많은 곡들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음원시장 '올킬'의 진수를 보여줬다. 2012년 상반기 내내 음원차트 10위권 내에 버스커의 이름이 빠져있던 적이 없었을 정도다. 하지만 이 앨범을 내기 전까지만 해도 버스커는 크게 주목받는 신인은 아니었다.

 

버스커는 슈퍼스타K4 첫 생방송 무대에서 '동경소녀'를 부르면서 그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전까지 버스커는 슈스케 참가자들 중에서도 주목받는 편이 아니었다. 예리밴드가 합숙소 무단이탈만 하지 않았어도, 우리는 영원히 버스커를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더 놀라운 건 애초에 버스커는 슈퍼위크 2일 차에서 탈락했다는 것이다. 패자부활에 기회는 슈퍼위크 3일 차에서 탈락했던 팀에게 주는 게 마땅했는데, 애초에 별 주목을 받지 못했었기에 그런 지적조차 피해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슈퍼스타K에 나가기 전에 버스커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슈스케에서 김광진이 장범준의 편곡 실력에 놀라며 묻는다. 음악을 어디서 했느냐고. 장범준은 이렇게 대답했다.

 

"집에서."

 

어디 사냐고 물어보면 '집에 산다'고 대답할 녀석이다. ^^ 아무튼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슈스케에서의 버스커의 모습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터이니, 집이나 길거리나 어디서든 했겠지. 장범준의 과거를 뒤지다 이런 사진도 발견했다. 슈스케에 나오기 전까지의 범준이는 지역에서 거리 음악도 하고, 공원 청소도 하면서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을 것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그럼 학창시절의 장범준은 어디서 음악을 했을까? 범준이는 우리 학교 밴드 동아리 '뮤턴트' 출신이다. 내 고등학교 시절의 '뮤턴트'는 내가 속한 '랩교'보다 못나가는 동아리였다. 당시 내 친구였던 보컬이 망나니였기 때문이다. ㅋㅋ 뮤턴트가 정기공연을 하면 300여 명의 전교생 중 50명 정도가 공연을 '봐주러' 오곤 했다. 장범준도 이런 환경에서 노래를 했을 것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외진 곳에서. (우리 학교는 전라남도 담양에 있다. 한 시간에 버스 한 대가 온다. ^^)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버스커(장범준)가 있는 것이다. 누구든지 주목받기 위해서는 성과가 필요하다. 성과는 실력으로부터 나오고, 그 실력은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다져지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주목 받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은 세계를 호령하는 스포츠 스타인 박태환이나 김연아도 처음에는 '한국 수영계', '한국 피겨계'라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수영과 피겨를 시작했다. 하지만 누가 주목하지 않아도 그들은 꾸준한 노력을 했고, 각각 수영과 피겨의 역사를 새로 쓰며 그 결실을 맺고 있다. 

 

 

이렇듯, 세상의 변화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바꾸어 말하면, 지금의 당신을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당신은 언젠가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 나간다면 언젠가 당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아서 힘든가. 날 몰라주는 세상이 야속한가. 모두들 힘을 내길 바란다. 당신은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