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미국의 '로드리게즈'라는 가수의 실화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영화다. 스토리 자체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전개지만, 영화 후반부에 주는 감동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되는 마법같은 이야기다.
시간은 1970년 대, 미국의 한 음반 제작자는 디트로이트의 클럽에서 로드리게즈를 처음 만난다. 노래를 듣는 순간 제작자는 로드리게즈의 음악에 매료됬고, 그에게 앨범발매를 제안한다. 그 제작자에게 로드리게즈는 분명 대박을 칠 수 있는 가수라는 확신이 있었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이 제작자는 그가 '밥 딜런'보다도 뛰어나다고 평가할 정도였으니까.
과연 로드리게즈는 음반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을까?
'콜드 팩트(Cold Fact)'란 이름의 그 앨범은 미국에서 총 6장이 팔렸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해 무료로 노래를 듣기도 어려웠던 그 시대에, 미국이라는 넓은 시장에서, 앨범 판매량 6장은 단순히 '망했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해 보인다. 그 앨범을 음악적으로 평가하기 이전에, 그는 대중적으로 실패한 뮤지션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로드리게즈의 앨범 한 장이 우연히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흘러들어 가면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된다. 미국의 한 소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여행하면서 로드리게즈의 앨범을 들고 간다. 그 앨범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친구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고, 친구들은 로드리게즈의 앨범을 복사하기에 이른다. 복제된 그 앨범은 남아공에서 입소문을 타게 되고, 그렇게 로드리게즈의 '불법복제 음반'은 남아공 내에서 50만 장 정도가 팔린다. 남아공에서 그의 인기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넘어설 정도였다. 영화 예고편에서 나오듯 '미국에선 ZERO, 남아공에선 HERO'였다.
남아공 사람들은 누구나 로드리게즈의 노래를 알고 즐겨 들었지만 그 누구도 로드리게즈라는 가수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당시 남아공은 외부와 단절된 사회였기 때문이다. 그가 무대 위에서 권총을 머리에 쏴서 자살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사람들은 그 소문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는 정말로 무대 위에서 자살한 '비운의 주인공' 이었을까?
로드리게즈는 앨범 실패 후에도 묵묵히 그의 삶을 살아갔다. 로드리게즈의 죽음에 대해 취재하던 남아공의 한 기자에 의해서 그가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그는 건물 철거나 하수구 청소 등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나중에 로드리게즈를 만난 기자는 질문을 던진다. 대사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미국 내에서 처참하게 실패한 그 앨범에 대해 후회가 남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던 것 같다. 이에 대한 로드리게즈의 대답이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였다.
"후회는 없어요. 그보다 더 잘 만들 수는 없었을 테니까."
이 대답은 단순히 한 음악가의 자부심이나 오만함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다. 로드리게즈는 건물 철거, 하수구 청소 등의 하찮은 일을 하면서도 항상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가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그랬고, 앨범 역시 이와 같은 태도로 만들어졌기에 그렇게 대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더 잘 만들수는 없는 것이다.
로드리게즈는 "그때 조금만 더 열심히 했더라면...",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과 같은 변명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3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그에게는 정말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든 이런 기적은 찾아올 수 있다. 사실 로드리게즈의 앨범은 30년 후에야 빛을 본 게 아니라, 앨범을 만들 당시에 이미 '빛나는' 앨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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