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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케이팝스타에서 한 수 배웠다.

요즘 '케이팝스타 시즌 2'가 참 재밌다. 케이팝스타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심사기준이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은 최고의 '가수'들이 심사위원인 반면 케이팝스타는 현재 K-pop 시장을 대표하는 최고의 '제작자'들이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물론 참가자들을 심사하는 데 있어서 현직 가수들이 더 미세하게 평가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음악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제작자들이 참가자들의 가능성 및 문제점 등을 더 정확히 찝어내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 방송의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심사위원들의 정확한 눈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방송된 케이팝스타에서는 '랭킹오디션'이 펼쳐졌다. 랭킹오디션의 시작은 '개성보컬조'였다. 이 조에 속한 모든 참가자들이 1위 후보로 꼽았던 참가자가 있었다. '호소력 짙은 소울 보컬' 문소연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그녀의 노래가 시작되자 뒤에 서 있던 참가자들은 감탄을 하기 시작한다. 풍부한 성량에 소울풀한 목소리, 그리고 계속되는 바이브레이션까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오랜 시간의 연습이 필요한 스킬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노래를 듣고 박진영은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노래를 잘하고도 이렇게 감동이 없을 수가 있나.

 

맞다. 사실 노래의 목적은 듣는 사람에게 감동이나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기교나 스킬은 이를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문소연의 문제는 수단에만 집착한 나머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대부분의 오디션 참가자들이 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문소연은 4위로 탈락을 했고, 이 조의 1위는 이주은이 차지했다. 이주은은 비록 문소연에 비해 기교는 부족했지만 자신만의 창법으로 담담하게 감정표현을 하는 데에 주력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은 그나마 '목적'에 충실했던 그녀에게 가장 좋은 순위를 주었다.

 

이어진 다음 랭킹오디션 조는 '듀엣조'였다. 이 조에는 1차 오디션에서 최고의 화제가 된 '악동뮤지션'과 실력파 듀엣 '이천원'이 속해 있었다. 1차 오디션을 통해 알 수 있었지만 이 두 팀은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목적'에는 이미 충실한 팀들이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팀의 1위 경쟁을 예상했을 터이다. 결국 어느 팀이 더 흥이 나고, 보는 재미가 더 크느냐가 순위 결정의 관건이었다.

 

최종적으로 1위는 악동뮤지션, 2위는 이천원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더 나은 실력을 보인 쪽은 이천원이라고 생각했지만, 나 역시 이 결과에 수긍을 할 수 있었다. 두 팀 모두 참신하고 흥겨운 무대를 보였음에도 미세한 차이가 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천원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상당히 진지하다. 비록 재밌고 웃긴 무대를 꾸미지만, 그 이면에는 노래에 대한 많은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무대에 오른 후에는 비장한 표정으로 누구보다 진지하게 무대를 펼쳐나간다. 이천원은 이미 프로일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이천원은 '노력하는 자'다. 

 

 

 

이천원에 비해 악동뮤지션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덜 진지해 보인다. 무대에 오를 때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웃으며 등장하고, 노래를 부를 때에도 심각한 고민의 흔적은 잘 느낄 수 없다. 악동뮤지션은 신나는 무대를 꾸미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신들이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일 자체를 즐기는 것 같다. 한마디로 악동뮤지션은 '즐기는 자'다.

 

 

공자님 말씀대로 '즐기는 자'가 '노력하는 자'를 이겼다.

 

이번 방송에서 보여준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정확했다고 생각한다. 위에 언급한 평가기준들은 단순히 노래 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에도 똑같은 것 같다.

어떤 정보나 내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려는 게 글을 쓰는 목적인데,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문법이나 문장력에만 집중을 하다보면 그 목적을 망각하기 쉽다. 단순히 고급 어휘와 화려한 문장을 구사하면 글을 잘 쓰는 거라고 생각하다가는 오히려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쉬운 단어나 서툰 표현을 구사하더라도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담담하게 표현해내는 게 중요하다.

또한 글을 잘 쓰려고 노력하는 일보다 중요한 건 글을 쓰는 일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많이 써보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도 글을 잘 쓰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보다 더욱 확실한 방법은 글 쓰는 일을 즐기는 것이다.

 

요즘 나는 글을 쓰면서 사소한 어미나 표현 하나에 필요 이상으로 고민하고, 그러다보니 글을 쓰는 일 자체를 즐기지 못했다. 케이팝스타를 보고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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