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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미완성

이 글은 2011년 6월 26일에 싸이월드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일부 수정)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완성하기 위해 살아간다. 작가는 글을 완성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작곡가는 노래를 완성하기 위해 곡을 쓴다. 투수는 구종을 완성하기 위해 공을 던지고, 사람들은 그들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오늘도 사랑을 한다. 이러한 작은 완성품들이 모여 인생이 되고, 우리는 인생이라는 큰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살아간다. 이렇게 볼 때, 완성도 높은 작품이나 삶이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이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 미완성의 작품이나 삶에 더욱 감동하기도 한다. 완성이라는 말에는 이미 끝나버린 무언가라는 느낌이 강한 반면 미완성이라는 말에는 끝내지 못한 무언가에 대한 기대감 혹은 안타까움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훌륭한 미완성의 작품에서는 어떤 완성된 작품에서도 느낄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사실 사랑이라는 것도 완성되고 나면 누구나 하는 '그렇고 그런' 사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오히려 '이루어질 수 없는' 미완성의 사랑일지도 모른다.

 

특히 죽음이라는 불가항력적 힘에 의한 미완성의 삶은 더욱더 안타깝고, 그 삶은 더욱 위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만약 소설 '삼국지'에서 손책이 젊은 나이에 죽지 않고 오나라를 다스렸다면 과연 손권보다 더 잘 다스릴 수 있었을까?

만약 해태 타이거즈의 김상진이 살아있었다면 과연 2011년 기아 타이거즈에서 선발로 뛸 수 있었을까?

만약 가수 김광석이나 김현식이 살아있었다면 과연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서 1등을 할 수 있었을까?

 

모두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름다운 미완성'의 상태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들이며, 우리는 그들의 가치를 이성적이고 날카로운 잣대로 측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완성을 위한 미완성'까지 아름다울 수는 없다. 그것은 결국 따지고 보면 완성이나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완성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완성을 위한 처절한 노력과 열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어쨌든 끝까지 완성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끝까지 완성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면 결국에는 완성되지 못할지라도, 삶이 끝나는 순간 '아름다운 미완성'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하는 모든 일도, 우리 인생도, 이 세상도 영원한 미완성이다. 완성을 추구하지만 완성되지 못해서 더욱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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