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랑'이라는 카페에서 이런 질문을 올린 글을 봤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 어느 것을 해야 할까요."
많은 댓글이 달리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의견은 '잘하는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해라'였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 질문은 상당히 애매하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의 경계 자체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일 수도 있다. 실제로 좋아하지 않는 일을 잘하기도 어렵고, 좋아하는 일을 못하기도 어렵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이 일치한다면 '노 프라블럼'이다.
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일이 있는데 그 일을 잘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내린 결론은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해라,시간이 해결해 줄거다.'이다.
아는 형이 있다. 그 형은 '스타크래프트'를 잘하지 못했다. 나도 이 게임을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 형은 못해도 너무 못했다. 나는 그래도 중학교 때부터 스타를 했고 그 형은 그때까지 스타를 거의 해보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스타에 재미를 붙인 그 형은 엄청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 TV로 '스타리그'를 챙겨보고 '배틀넷'에서 살다시피 했다. 자신이 플레이한 모든 경기의 '리플레이'를 저장해서 분석했다. 상대방이 'gg'를 치고 나가도 상대방을 '엘리'시킨 후에야 방에서 퇴장했다. 스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형은 나를 이겼다. 내가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 변명했지만, 다시 붙는다 해도 이제는 이길 자신이 없다.
위의 얘기가 적절한 비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모든 일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은 잘하는 일을 한다고 치자. A는 하루 8시간씩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반면 B라는 사람은 못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 8시간만 일해도 되지만 B는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루에 10~12시간씩 일을 한다. 단순히 시간 뿐만 아니라 일을 할 때에 집중력에서도 큰 차이가 날 것이다.
1년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전히 A가 더 잘할 가능성이 크다. 열심히 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 난 분명히 B가 그 일을 더 잘하는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20년, 30년 후에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
하지만 말이 쉽지, 자신이 잘 하지도 못하는 일을 뚝심있게 밀고나가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의 내 상황도 비슷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개그콘서트 '멘붕스쿨' 나오는 서태훈을 떠올린다. 서태훈은 매일 학교를 빼먹고 할렘가, 브라질 등등 별의별 곳을 돌아다닌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서태훈이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는 이유는 그가 맡은 배역을 잘 연기하기 위해서란다. 선생님인 송중근은 매일 서태훈에게 연기를 시켜본다. 하지만 항상 똑같다. 발전도 없다. 애초에 서태훈에게는 절대 연기를 할 수 있는 '탤런트'가 없다. 선생님은 서태훈에게 연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서태훈은 항상 외친다.
"연~기 할꺼라고!!!~"
서태훈을 보면 지금 내 자신이 조금 위안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설정한 비현실적 캐릭터임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엉뚱한 설정 속에서도 분명히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교훈이 들어있다. 멘붕스쿨의 서태훈이 현실에 있는 캐릭터라면 10년, 20년 후의 그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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