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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인도여행] 판공초로 가는 길

 

 

꿈에 그리던 '판공초'를 본 이야기를 하기 전에 '판공초로 가는 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도여행에 관한 사전조사를 거의 하지 않고 갔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냥 최대한 빨리 판공초를 보고 내려오자는 생각이었다. (10월부터는 육로가 차단되기 때문에 판공초에 갈 수 없다.) 하지만 육로를 통해 판공초로 가는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판공초로 가기 위한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 있는 '레' 라는 도시에 도착하기까지 기차나 버스 안에 있었던 시간만 총 44시간이다. 게다가 레에 잘 도착했다 하더라도, 지프를 나눠 타고 갈 동행을 구하지 못하면 판공초에 갈 수 없다. (엄밀히 말해 갈 수는 있으나 정해진 지프 차 1대 가격으로 6~7명이 타느냐 1~2명이 타느냐는 가격이 천지차이다.)

 

비행기를 타고갈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이 고생을 해가며 육로를 통해 레까지 가는 이유는 하나다. 경치가 죽여도 너무 죽이기 때문이다. 산을 깎아서 만든 꾸불꾸불한 길을 지나다 절벽 아래를 내다보면 가끔은 추락해서 거꾸로 뒤집혀 있는 차들도 보였다. 그 차에 탔던 사람들이 살아있을 확률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판공초에 가게 된다면, 나는 그때에도 육로를 이용할 것이다. 그 정도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눈으로 직접 그런 광경을 몇 번 봐서 그렇지, 떨어질 확률은 희박하다.)

 

 

<델리 to 쉼라>

 

쉼라까지는 기차로 이동했다. 북쪽 지역은 산이 많아서 기차가 다닐 수 없다. 아마도 기차가 갈 수 있는 '북방한계선'이 쉼라일 것이다. 델리에서 다섯 시간을 일반 기차로 '칼카'까지 이동 후, '토이트레인'으로 갈아탔다. 정말 장난감처럼 생긴 작은 기차다.

 

 

(토이트레인)

 

 

토이트레인을 타고 다섯 시간을 더 이동해 쉼라에 도착했다. 쉼라는 인도 같지 않게 유럽풍 건물이 많은 부자 동네였다. 다른 곳에 비해서는 건물도 좋아 보이고, 거리도 깔끔했다.

 

 

(이 사진은 조금 달동네 느낌이.. ^^)

 

 

(여기서 위로 조금만 올라가면 영화 '세 얼간이'를 촬영했던 장소가 나온다. 나중에 알았다. ^^)

 

쉼라는 작은 도시였다. 넉넉잡고 서너 시간이면 도시 전체를 돌아볼 수 있었다. 하루만 쉼라에서 머물고 마날리로 이동했다. 이때부터 '고난의 역사'가 시작된다.

 

 

<쉼라 to 마날리>

 

'세미디럭스'라는 이름의 밤 버스를 타고 이동(10시간)했는데, 이 버스의 상태가 가관이었다. 마치 누가 물을 뿌려 놓은 것처럼 시트가 축축했고, 썩은 냄새가 났다. 이유는 조금 후에 알게 되었는데, 분명히 창문을 닫았음에도 신기하게 차 안으로 비가 계속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이런 버스를 처음 탔을 때의 느낌이란... 하지만 '이런 버스를 어디 가서 또 타보겠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다행히도(?) 새벽 서너 시 경에 갑자기 버스가 고장이 나서 쬐끔 더 좋은 버스로 갈아탔다.

 

 

(쬐끔 더 좋은 버스다.)

 

이렇게 도착한 마날리는 '놀고먹기'에 이상적인 도시였다. 작고 조용한 동네인데다 음식도 맛있고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목표는 오직 판공초였기 때문에 마날리에서도 오래 지체하지 않았다. 마날리에서 우리 돈으로 2~3만 원 정도의 가격을 주고 할 수 있는 패더글라이딩을 하지 않은 건 두고두고 후회로 남는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경치를 보며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다.)

 

 

(마날리에서 찍은 사진은 거의 없다. 이건 마날리 공원에서 찍은 소.)

 

 

<마날리 to 레>

 

 

 

 

 

 

이 구간이 판공초로 가는 길의 하이라이트다. 레까지 가려면 해발 5000m가 넘는 산을 넘어야 했으며, 기본적으로 해발 3000m가 넘는 산길이 계속 이어진다. 마날리에서 한 번에 가려면 미니버스를 타고 18시간 정도를 이동해야 한다. 대부분 이 미니버스로 이동하는데, (무식이 용감이라고 했던가) 나는 '로컬버스'로 이동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해버렸다. (마날리-께일롱 10시간, 께일롱에서 4시간 취침, 께일롱-레 14시간이 걸렸다.)

 

 

(마날리-께일롱 중. 인도에서 가장 어이없었던 사건 중 하나. 차들이 해발 3000m가 넘는 산길에서 멈춰있는 이유는... 앞에 택시기사들끼리 싸움이 나서 그렇단다. 궁금해서 가보려고 했더니 위험하니 가지 말라더라. 어떤 사람들은 각목을 들고 막 뛰어가더라. 경찰이 왔는데도 쉽게 해결되지 않더라. 3시간 넘게 저러고 서있었다. ^^)

 

총 24시간이 넘는 소요시간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었다. 로컬버스의 가장 큰 단점은 버스가 흔들려도 너무 흔들린다는 점이다. 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버스가 덜컹거리지 않을 수 없는데, 로컬버스는 크기가 크기 때문에 미니버스의 몇 배는 더 덜컹거렸을 것이다. 사진을 찍으려 하다가 핸드폰이 날아가기도 하고, 몸이 붕~ 떴다가 떨어질 때는 내장파열의 위험을 감지했다. 창문이나 버스 벽에 부딪힌다면 뇌진탕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대략 이런 상황)

 

 

 

이때의 상황은 "바깥 풍경은 천국인데, 버스 안은 지옥이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렇게 레에 도착해서 바로 몸살이 났고, 거의 일주일을 앓았다.

'No pain, No gain'이라 했던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지옥 같던 상황에서 정말 그림 같은 사진 한 장이 나왔다.

 

 

(그림이 아니므니다. 어떤 아저씨에게는 그냥 화장실 ^^)

 

 

 

 

(예고) 다음 시간에는 드디어 도착한 판공초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영상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