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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눈이 오는 날엔

어제는 눈이 내렸다. 전국 각지에서 눈이 내리는 걸 봤다는 사람은 많았지만, 이번 겨울이 시작되고 내 눈 앞에서 눈이 내린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들뜬 마음에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밖에 나가보았지만, 길이 미끄럽고 옷에 금방 눈이 쌓여서 금방 집으로 돌아왔다.

 

 

눈이 내리면 많은 사람들이 들뜨고, 셀렌다. 특히 첫눈일 경우 더욱 그러한 듯하다. 사실은 사계절 내내 내리는 비가 기온 때문에 눈으로 바뀌었을 뿐인데, 눈이 오면 연인과 함께 설레고, 연인이 없는 사람도 혼자 들뜬다. 비가 오는 날의 우중충하고 우울한 느낌과는 사뭇 대조가 된다.

 

눈과 비에 대한 느낌이 다른 이유는 시각적 효과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론 낯선 것에 대한 동경이 아닐까. 익숙함보다는 낯선 무언가에 들뜨고 셀레는 현상은 다양하다. 일상은 지루하지만 여행은 설레고, 학교는 재미없지만 소풍은 신난다. 소주는 우울하지만 와인은 사람을 우쭐하게 한다.

 

첫눈이 오고 다음에 눈이 내릴 때에 첫눈을 본 것 마냥 신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출퇴근 길이 걱정되고 길가에 시커먼 눈이 샤베트처럼 녹아 질척거리기라도 하면 짜증이 난다. 마찬가지로 낯선 일도 처음에만 좋게 느껴질 뿐, 그 일이 익숙한 것이 되고 나면 첫느낌은 사라지고 만다.

 

시베리아에 사는 사람들은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고 들뜰지도 모른다. 여행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에게는 잠깐의 평범한 일상이 더 설레고, 평소 와인만 마시던 사람에게는 소주를 마시는 일이 낭만이 된다. 사실 본질은 같은데, 익숙한 것에는 반응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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