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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서른 즈음에

정말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하도 오랜만에 블로그에 왔더니 글 쓰는 버튼을 찾기조차 어려웠다. 지난 글을 쓴 이후로 '정말 글을 쓰고 싶어졌을 때 다시 써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때가 왔다. 아무래도 '서른'이라는 상징적인 통과의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보니 감성적이고 싶어진 탓일 것이다. 

 

글만 오랜만에 적는 것도 아니다. 요즘 난 세상과 담을 쌓고 있다. 매일 보는 스포츠 기사를 제외하고는 알 수 있는 소식이 거의 없다. 애초에 뉴스를 즐겨 보지도 않았지만 요즘에는 정녕 내가 사회구성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소식에 둔감하다. 최근 무슨영화가 개봉했는지도 잘 모르고, 빼놓지 않고 보던 무한도전도 못보는 경우가 많다. 각종 송년회 자리도 최대한 피하고 있고, 자주 만나던 사람들도 간혹 만난다. 요즘 방송정보국제교육원(IIBI) 영상제작반에 다니고 있는데, 꼭 이것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반은 맞는 말이다. 

 

어쨌든 요즘 난 태어난 이래 제일 바쁘게 살고 있다. 어렸을 때는 어리니까 놀고 이십대 초반에는 꿈이 없어서 놀고 이십대 후반에는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놀았던 내가 서른을 코앞에 두고 드디어 뭔가 의미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껏 교실에 쳐박혀 무언가를 배움에 있어 단 한번도 흥미를 느껴보지 못했던 내가 하루종일 교실에 쳐박혀 무언가를 배우는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다만 12월 31일로 예정된 작품 발표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20대로써의 기분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내게 이런 열정이 언제 또 생기랴. 20대의 끝자락... 뭐 별거 있겠어? 난 아직 청춘인데.

 

 

문제는 서른이 되고 나서다. 1월에 교육원을 수료하면 난 이제 정말 세상으로 나온다. 하지만 난 열악한 회사에 취직할 생각도 없고 방송사 공채에 대한 미련도 거의 버렸다. 지금 나의 목표는 방송사 사장이자, '영상인'이다. 괴짜같은 3명이 모여 전파가 아닌 링크를 타는 방송국을 만든다는 괴짜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3명이서 뭘 하겠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다. 언젠가 내 입으로 "하기 싫은 일도 하는 게 어른이야"라고 했는데, 난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 앞으로도 어른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목표없이 살던 내가 늦게나마 찾은 목표는 방송국 PD였다. 하지만 왜 PD가 되고 싶은지는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멋있어 보여서였을 수도 있고, 내 학점으로 갈 수 있는 대기업이 방송국 뿐이여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영상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꼭 방송국 PD가 아니더라도 영상을 만들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방송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부품(?)에 불과한 PD가 아니라 기획부터 촬영, 편집을 모두 마음대로 하며 내 생각을 그대로 녹여낼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과연 이걸 할 수 있겠는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정말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였다.

 

서른에 관련된 노랫말마따나 '서른이면 나도 취직해서 장가를 갈 거라고 생각했고' '서른 즈음에'는 성숙한 채로 지나간 청춘을 되돌아 보며 감상에 빠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인생은 여전히 불확실한 미래의 연속이고, 그래서 요즘 사는 게 더욱 재밌는 것 같다. 노랫말처럼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내가 사는 인생이 새로운 노랫말이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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