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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나는 행복합니까?

나는 특정 부류의 사람으로 분류당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알게 모르게 내가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분류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은 자기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을 통해 나타나면 그 모습을 싫어하게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속 깊은 이야기도 듣고 하면서 나름의 통계를 내는 일을 즐기는 것 같다. 매일 야구관련 기록을 분석하는 것과 더불어 일상이 되어버린 나의 취미랄까?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하며 얻은 결론 중 하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아직 그 행복을 찾지 못해서 행복하지 않다. 어쩌면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말은 "지금은 행복하지 못하다"라는 말과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고 싶거나,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해보이려고 한다는 사실 또한 거의 확실하다. 페이스북이나 카톡 프로필만 봐도 하루 중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10시간 이상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내 통계적 판단에 의하면) 찰나의 행복, 혹은 행복해 보일 수 있는 순간들을 일상으로 포장해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도대체 행복은 뭘까? 내 판단에 의하면 애초에 인간은 행복해질 수 없다. 늘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바보이거나, 변태이거나, 둘 중 하나다. 정상적인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모든 상황에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욕심이 전혀 없어야 하는데, 이건 불가능하다. 이 세상에 태어난 건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할 수 없게 태어나서 유감이다.

 

행복이란 최선에 도달할 수 없다면 생각할 수 있는 차선은 불행을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불행을 모르고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시간에 쫓겨 본 사람이 여유의 참맛을 느끼고, 헤어짐의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 만남의 소중함을 알 수 있으며, 패배의 쓰라린 아픔을 느껴본 사람이 진정한 승리의 기쁨을 알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결국 불행하면 불행할수록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은 건가?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불행해야 하는 걸까?

 

지금껏 행복의 정의 중 가장 와 닿은 말은 "행복이란 건 수많은 NG 끝에 얻는 한 컷"이라는 노랫말이다.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이라면 대부분의 시간은 'NG'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우리는 어차피 행복할 수 없게 태어난 존재기 때문에 작은 행복에도 노력이 필요하고, 기다림이 필요하고, 어느 순간에는 만족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근데 나만 만족하면 끝일까? 내가 아무리 'OK 컷'이라 우겨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NG 컷'이라면?

 

 

 

행복... 참 어렵다. 이 글도, 오늘 하루도 NG다.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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