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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생각의 꼬리

우리 회사는 매주 수요일에 '영화데이'를 갖는다. 첫 영화데이를 맞이하여 지난 주 시청한 영화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이야기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난 일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영화 속 잉여들과 비슷하게 '맨땅에 헤딩' 혹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추구하는 우리 직원들에게 이 영화는 커다란 자극제가 되었다.

 

잉여들은 1년 간 유럽에서 무전여행을 하겠다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운다. 1년 동안 돈 없이 유럽에 머물며 숙박업소의 홍보영상을 찍어주고, 그 대가로 숙식을 해결한다는 내용이었다. 나침반과 지도만을 의지해 이동을 했고, 이마저 여의치 않자 히치하이킹과 무임승차를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다지 무시무시한 계획도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유럽여행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라는 사실 따위의 일반적인 현실을 무시했을 뿐이었다. 이들이 현실을 무시할 수 있었던 힘은 오로지 젊음과 열정이었다. 젊음과 열정이 있었기에 현실적인 계산 따위는 하지 않았고, 그 결과물 역시 현실적인 잣대로는 판단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으리라.

 

영화를 보고 약간은 정체되어 있던 우리 회사도 탄력을 받았다. 사실 우리는 정체되어 있었다기보다 걱정이 너무 많았다.

"명색이 방송국인데 방송용 카메라도 없어서 어떡하지?"

"개국 첫 프로그램이 망하면 어떡하지?"

"인기를 얻는다 해도 돈을 못 벌면 어떡하지?"

사실 이것들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걱정들은 생각을 오래 하면 답이 나오는 시험문제와 같은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시작한 일이고,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가보기 전에는 그 누구라도 결과에 대해 함부로 씨부릴 수 없다.

 

"방송용 카메라는 없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캠코더가 있고, 준전문가용 DSLR이 있다. 그리고 웬만한 카메라보다 좋다는 아이폰5s가 두 대나 있다."

"처음엔 방송이 많이 허접할 것이다. 그래도 만들다보면 언젠간 잘 만들 수 있겠지. 어느 방송국이든 신규프로그램이 나오면 반 이상은 실패하니까 우리도 두려워 할 것 없다."

"처음엔 가까운 지인들 외에는 우리 방송을 볼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꾸준히 콘텐츠를 쌓아나가다 보면 언젠간 사람들이 봐 주겠지.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금전적 이익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생각의 소리'들을 통해 우리를 괴롭히던 '생각의 꼬리'들을 잘라버리기로 했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어떠한 종류의 힘(아마도.. 용기?)을 얻었다. 눈여겨보던 친구에게 무작정 엽입제안을 했고, 그 친구는 의외로 쉽게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RGB(Red-Green-Blue) 삼색방송의 바탕색인 W(White)의 영입을 통해 우리 방송국 컨셉의 완성도를 높였다. 우리는 3월 3일 첫방송을 목표로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다시금 이런저런 걱정이 들 법도 하지만, 사실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저런 걱정을 할 시간이 없다.

 

 

우리는 평소에 쓸데없이 너무 많은 걱정을 하고 사는지도 모른다. 걱정을 버리니 마음이 편하고 행복한 기분이 든다. 이제 꼬리의 꼬리를 무는 생각들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오로지 초심과 본질만 바라보면 된다. 일도.. 사랑도.. 채널비도... 나의 그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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